결혼

Monologue 2003/05/06 18:54


난 결혼을 가능한 일찍 하려 했다. 20대 초반에. 그래서 자식도 일찍 낳아 같이 게임도 붙고 마당에 농구골대를 만들어 같이 농구도 하고, 그렇게 세대차가 느껴지지 않는 최고의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스무살이 되던 해 그 꿈은 실현 가능성이 극히 적어 보였다. 물질적인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특히 내가 확실한 경제권을 가지기 전엔 무책임한 결혼은 하지 않아야 겠다 싶었다. 게다가 내 꿈을 이루기 전엔 말이다.

계산을 해보면 병역 기간 3년(산업체), 대학 졸업 2년 반, 사회진출까지는 수치상으로 6년정도 걸린다.


22    2003
23    2004
24    2005
25    2006    2월 제대, 2학년 2학기 복학
26    2007    3학년
27    2008    4학년, 졸업
28    2009    사회진출


문제는 서둘러 사회진출 한다고 해도 기반 잡는데 또 몇년이 걸릴 것이다. 이래가지곤 20대 초반은 커녕 30 초반에도 힘들어 보인다. 여자가 있다면 늙어서 애 놓기 싫다고 다 도망갈 판이다. 만약 내가 20대 장가가기 프로젝트를 돌입한다고 하면 이월된 로또복권에 당첨되거나 돈많은 과부댁과 사는 정도 밖에 없겠다.

말을 바로 잡아, 그렇다고 내 환경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돈 많은 집안 자식들은 그런 걱정없이 편히 살아가겠지만 그런쪽 애들은 대부분 아무리 철이 들었다고 해도 어렵게 하루살이를 사는 소년소녀가장 같은 아이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예전에 봉사활동 하러 그런쪽의 집에 방문해서 한 아이를 만났는데 나보다 나이어린 아이한테 내가 더 없이 작게만 느껴졌다. 그 동안 내가 불평, 불만을 가지며 살아왔던 것 들, 그러한 것들이 그 애한테는 생각할 꺼리조차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생각의 사치' 였던 것이다. 고작 봉사점수를 받아 내신성적을 올리겠다고 '친절, 봉사' 의 가식적인 가면을 쓰고 이러고 있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어렸을 때부터 '부' 가 있음 편하긴 하겠지만 인성적으로 불완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말 그대로 헝그리 정신, 그것이 핵심이다.

난 이러한 사고의 폭을 갖게 해준 나의 환경을 고맙게 받아들인다. 내 힘으로, 나의 능력으로 올라갈 곳이 많다는 것이 태어 날때부터 부족함이 없어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사람들 보다야 더 없이 축복 받은 삶이 아닌가!




내 나이 22살. 그리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 왔지만, 비록 누구 랩 가사처럼 가진거 하나 없이 심장하나로 살아 왔지만, 이 붉은 심장으로, 나의 푸른 의지로 보여주리라.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2003/05/06 18:54 2003/05/0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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