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욕구 + @

Monologue 2003/06/23 18:56



  생물학적으로 인간에겐 기본적인 3가지 욕구가 있다.

수면욕, 식욕, 성욕.

그리고 나에겐 하나의 욕구가 더 있다. 유달리 사람욕에 강하다. 중고등학교땐 물론이거니와 대학 들어가사도 그 욕구는 끝이 없었다.

내가 들어간 학부엔 3개과가 있었고 1학년은 크게는 3반, 작게는 6개반 정도가 있었다. 한 250~300 명쯤 인걸로 기억한다. 다른 반의 동기들과 여러 과의 선배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얘기하고 싶어 했으며 어느 순간에 이르러 주위 사람이 인정할 만큼 폭 넓은 대인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하루는 한 친구가

" 우리 중에선 재영이가 젤 성공했다. 모르는 사람이 없다이가. "

라고 술자리에서 말을 꺼낸적이 있었다. 성공? 사람 사귐에 있어서의 성공이라.. 순간 마치 내가 이익 관계를 따져 어떤 목적을 가진채 계산적으로 사람을 사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걸까? 그랬던 것인가..?


난 혼자인게 익숙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환경에 길들여 졌고 성격이 고독을 즐기는 늑대 마냥 혼자임이 내 삶의 일부분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혼자서 살수 없는 동물이라 했던가. 내안의 다른 내가 인간을 그리워 했던 것일까. 과하리라 만큼 많은 사람을 원하고 사귐을 했다.

대학 2학년이 되면서 인간관계를 자제하리라 맘먹었던 나의 다짐은 파릇하고 귀엽고 이쁘장한 후배들이 대거 영입되면서 왕창 무너졌다. 어김없이 인욕이 도졌던 것이다.

한번은 학부 행사가 있는 술자리에서 (카니발 때였다) 이벤트 한다고 무대에 나가서 뭘 하기 전이었다. 내가 "의리!!!" 를 외치면 백명 가까이 되는 후배들이 "의리~~!!" 라고 따라 외칠때 더 없는 쾌락을 느끼곤 했다.
그 해는 그렇게 후배들과도 인연의 끈을 엮어갔다.

하지만 정신없이 욕구를 채워가도 뒤돌아 보면 허전함은 여전했다. 실속이 없었다. 겉핥기 식으로 사람을 사귀어 봤자 오래가지 못하고 그때뿐이라는 걸 자각하고 있으면서도 그때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추는 방법을 몰랐다. 어쩌면 혼자 였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 시간을 보답받기 위해 남들에게 주목 받고 싶어 했는지도 모르겠다. 과묵한 성격의 카타르시스 일지도.

그 후로 머지 않아 자괴감에 빠지게 되었고, 사람을 멀리하게 되었다. 헌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을 멀리한 뒤 부터 올바르게 사람을 볼 수가 있었다.

'새로운 많은 사람들을 사귀기 보다는 지금 현재 있는 사람들에게 충실하자.'

솔직히 지금 예전의 나를 돌아보면 후회가 많이 된다. 여러사람의 껍데기와 사귈려고 한 사람의 알맹이를 보지 못한 것이, 평소 여러명의 즐거움보다 힘들때 술잔을 나눌 수 있는 한 명의 친구의 소중함을 그땐 느끼지 못했다. 사람에게 있어서 제일 값진 보물은 부와 명예와 권력도 아닌 바로 자신 주위의 '사람' 인 것이다.

내게 둘도 없는 보물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짓 따윈 이젠 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면 껍데기만 알아온 사람들의 알맹이를 보기 위해서 앞으로 노력 할 것이다. 이 사람이 갑자기 왜 친한 척 하나 싶으면 그냥 그러려니 해 주길 바라면서 '껍데기' 뿐 이었던 사람들에게 심심한 용서를 구한다.


2003/06/23 18:56 2003/06/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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