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의 범죄장면을 그대로 따라하는 모방범죄. 우리나라에서도 이젠 뉴스꺼리로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여성들은 밤늦게 마음놓고 다니지도 못하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그 불안한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렇게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는.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딸 낳으면 어디 맘편히 밖에 내 놓겠나.. 라고 걱정을 한 때가 중학교 2학년때이다. 사회는 썩어 들어가고 내가 결혼할때 쯤엔 사람들 사상이나 개념들이 지금보다는 가벼워져 있을테고 무서울 정도로 변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쓴 일기장에 고스란히 적혀 있고, 지금도 그때의 생각들은 기억이 난다.


나는 앞으로 있을 일들의 확률을 따져 확률이 낮은 그저 생각뿐인 망상은 쉽게 생각해버리고 지우는데,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 예를 들어 고등학교 가서의 생활, 고3때는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인가, 대학에 가서는? 등등의 앞으로 일어날 확률이 높은 일은 이미지 트레이닝 식으로 모든 가능성을 조합해 미리 예상하곤 했다. 대부분 들어맞곤 한다.


어느날은 결혼을 해버리고 자식도 낳아버렸다. 참 행복한 나날이더라. 귀여운 아들과 딸, 그리고 사랑스런 나의 부인. 하루를 천국에서 보내는 듯 부러울 것이 없는 생활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느 쓰레기 같은 짐승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보물같이 애지중지 키워온 어린 내 딸을 범했다. 내 온몸의 피는 역류하고 혈관과 심장마저 터질듯한 나의 분노는 그 짐승같은 놈을 집어 삼켜 뼈까지 씹어버리라고 명령했다. 당장이라도 목을 비틀어 버릴 기세로 그 쓰레기의 목을 붙잡지만, 울고 있는 내 딸이 보고 있다..

입술에서 피가 날 정도로 꾹 참고 울분을 참으며 말한다..

" ..이제, ..이제 8살 이다... 왜, 도대체 왜.. 그랬냐.. 어제.. 어제 막!!... ..초등학교 입학해서 웃던 아이란 말이다...!!!!!! "

..이렇게 우민들의 이야기는 항상 비극으로 끝이 난다.

어쨌거나 즉시 사라질 망상일 뿐이었다.

즉시 사라질 망상.


오늘은 집에서 팔자 좋게 쉬고 있었다. 저녁에 전화기가 울린다. 엄마가 받는다. 큰 누나인가 본데 엄마가 갑자기 놀라는 목소리로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통화가 길어 지길래 방문을 살짝 열어 놓고 엿들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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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온몸의 피는 역류하고 혈관과 심장마저 터질듯한 나의 분노는 그 짐승같은 놈을 집어 삼켜 뼈까지 씹어버리라고 명령했다. 당장이라도 목을 비틀어 버릴 기세로 그 쓰레기의 목을 붙잡지만, 울고 있는 내 딸이 보고 있다..

입술에서 피가 날 정도로 꾹 참고 울분을 참으며 말한다..



통화가 길어 지길래 방문을 살짝 열어 놓고 엿들어 봤다.

성추행 당했다고 들렸다. 직접 듣지 못했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 이상인지 그 이하인지 상상은 안 했다. 혹, 내 몸이 폭발해버릴것 같아서. 엄마는 베란다에서 눈물을 훔친다.


무서운 세상.


더러운 세상.


쓰레기와 짐승같은 놈들.


즉시 사라질 망상.


2004/06/13 19:01 2004/06/1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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