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말하길 첫사랑은 이루어 질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더욱 간절한 것이고 기억에서 쉽게 잊혀지지가 않는다.

  친구가 내게 이런말을 했다. 첫사랑에 대한 깊은 마음만 있고 진정 원한다면 시간이 흐른 나중에 그 첫사랑이 이루어 질수 있다고. 그 자리에 있던 다른이는 이런 말을 했다.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 그 사이에 다른 사랑을 했었다면 첫사랑과 이루어 진다 한들 그건 이미 첫사랑이 아니라고. 그리고 사랑은 곱셈과도 같아서 한쪽에서 아무리 100 을 줘도 한쪽에서 0 을 줘버리면 사랑은 0 이 되어 버린다고.

    내가 경험해 본 첫사랑은 이렇다.

사랑이란 감정은 누가 보여주지도 가르쳐 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그것이 사랑인줄 모르고 넘어가지만 시간이 흘러 사랑을 알게 되었을때야 그것이 첫사랑이었다는 걸. 첫사랑은 애시당초 어렵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누가 내게 첫사랑에 대해 물어본다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누굴 누구보다 더 좋아했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것이 사랑이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가 없다. 단순히 자기만족을 위해 내 마음을 내가 속였을 수도 있었을 테고 집착만으로 상대를 대했을 런지도 모른다.

[ 남자들에겐 첫사랑이 그리 중요하나요? 아무의 첫사랑이 아닌 저는 그들의 첫사랑들 때문에 늘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도 그 누구의 첫사랑이었을까요? 첫사랑을 기억하나요? ]

오늘 새벽 도착한 익명의 문자로 인해 '첫사랑' 을 되돌이켜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가지 물음에 아직도 어느 하나 속 시원히 대답할 수가 없다.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다.

A 란 친구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그 남자친구가 B 그룹의 친구들(특히 남자친구들)을 아예 만나지 말라고 했다. A 는 고민을 하다 사랑을 택했다. B 그룹의 일부 친구들은 A 에게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한동한 비난까지 했었다. 그러나 난 아무말도 않고 이해한다고 난 네 편이니 힘내라고 문자를 보냈었다. 당시 거의 모든 친구와 연락을 단절한 상태였기 때문에 답문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어느날 밤늦게 전화가 왔었다. 집에 혼자 가는 길에 전화했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했다. 덧붙여 자기가 먼저 연락할테니 전화나 문자는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남자친구가 확인한다고. - 이 남자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기가 없는 다른 어딘가에서 자신이 모르는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상상하고는 질투라던가 안심하지 못하는 그런 상태, 혹여나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이런저런 걱정과 불안으로 인해 한시라도 자기 옆에 떼놓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믿음이 없는 사랑을 하고 있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다. - 알았다고 대답하고 통화를 끊었다. 조금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해할 수 밖에 없었다. 불과 몇개월 전만 하더라도 나 역시 친구들 보다 한 여자에게 모든 마음을 준적이 있었기 때문에.

나의 모든 마음을 줬던 여자와의 만난 시간은 고작해야 100일 정도였다. 관계가 정리 된 후 한동안 휴우증에서 벗어나지 못해 우울한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주위 친구들은 고작 100일 만난거 가지고 뭐 그러냐. 그런식의 위로를 해주었다. 내가 말하는거 보면 1,2년 만난 사이인줄 알았는데 100일 정도라니 금방 잊혀진다며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그랬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어느정도 치유는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치유의 시간은 참 길더라. 만난시간의 곱절 이상은 지나야 그나마 마음의 큰 구멍이 메어지는 듯 했으니. 하지만 친구들의 생각도, 심지어는 나 자신도 나를 알지 못했다. 100 일 정도 밖에 만나지 못했던 여자를 2년이 지난 지금도 지우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지운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지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얼마전에 서면에서 우연히 그녀를 봤을때 확인을 했던 사실이다.

일에도 매달려보고 공부에도 집중해보고 다른 사람과도 노력했지만 이미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2002년 그 해 겨울에 열렸다 이듬해 겨울말에 얼어 붙었던 나의 마음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녹지 않고 시베리아 한복판에 내동댕이 쳐져 있는 것이다.


하루는 친한 친구 한 녀석이 내게 이렇게 물어왔다.

" 내가 힘든 일이 있어 몇명의 친구들이 모여 술자리를 갖기로 했는데 니 여자친구가 갑자기 안 좋은 일이 생겼거든, 너라면 누구에게 갈껀데? "

" 여자친구. "

" 니도 그렇제. 나도 그렇거든. "

우정은 사랑을 이해하지만 사랑은 우정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런 것이다. 그렇게 되었을때 그때만 " 이 의리없는 녀석! " 가볍게 넘겨버리곤 여자친구일은 잘 되었냐며 묻곤 했다. 그냥 그런것이다. 물론 입장의 바꿔 여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 일테고. 이렇게 보면 사랑은 서로 항상 채워줘야 부족하지 않는 것 같다. 2% 라도 부족하지 않게.


흔히들 사랑은 시간에 비례한다고 한다. 하지만 사랑은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의 두께는 시간에 비례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의 깊이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시간에 반비례한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한순간의 불장난, 일시적인 감정을 구분못한 철없는 사랑이라고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사랑을 비하하기도 하지만 과연 사랑에도 등급이 있을까,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만난 시간의 차이, 그 뿐이다.

그리고 사랑이 무작정 좋은 것만이 아닌 것이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그 크나큰 아픔때문에 쉽게 사랑하지 못하고 또 다른 시작을 두려워 하는 사람도 있다.

어쩌면 사랑은 아주 복잡한 도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자신의 도형과 꼭 맞는 도형을 가진 사람과 만이 영원한 사랑을 할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슬퍼할 필요는 없다. 그 전의 '사랑도형'과 더 잘, 많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과거에 연연해 앞으로의 소중한 사람을 알아 보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 이별하는 사람이여 기뻐하라. 이별이라는 것은 사랑을 했던 사람만의 특권이다. "


나는 말한다.

" 힘겹고도 어려운게 사랑이라지만 사랑을 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일 것이다. "


2004/07/19 19:01 2004/07/1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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