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트 클럽 (Fight Club, 1999)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반전 영화라고 하는데 이 영화를 단순히 반전 영화라고 국한 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반전에 포인트를 둔 영화는 한번 보고 그 결말을 알고 난 다음에 또 보게 되면 처음 봤을 때와는 달리 재미가 상당히 반감된다.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무게 중심이 결말 부분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첫 장면. 고층 빌딩에서 이야기가 시작 된다.
하지만 '파이트 클럽' 은 다르다. 끝 부분에 반전이 있긴 하지만 결코 그게 다는 아니다. 그 내용을 알고 또 봐도 역시 재미있다. 끝에 가서 한번에 엎어 버리는 재미보단 영화 전반적으로 자극적인 영상과 스토리 라인, 그리고 개성있는 극중 캐릭터들로 인해 영화를 보는 시종일관 몰입하여 보게 된다.
잭과 타일러 더든의 첫 만남
잭이 타일러 더든을 만나 처음 싸움을 시작하고 타일러의 카리스마 앞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 한 집단을 이루게 되고 나중에는 전국에 지부를 둘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군대' 가 형성되는 과정은 참 흥미롭다. 보고 있노라면 일상에선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하며 자유를 느끼는 잭 처럼 나 역시 일탈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고 할까? 타일러 더든의 카리스마 앞에 영화속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그를 동경하게 된 것이다.
사실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타일러 더든 같이 터프하고 반항적이고 일상에 얽매이지 않은 그런 모습을 꿈꾸어 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처럼 되려면 현실에서 버려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래서 잭 역시 자신이 하지 못했던 것을 대신하여 실행해 줄, 상상속에서 꿈꿔 오기만 했던 그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장면 중간 중간에 브래드 피트가 잠깐 나왔다 사라지곤 하는데 플래시 프레임, 광고에서는 서블리미널 광고 라고 한다. 몇 번을 시도했으나 스크린 샷에는 절대 찍히지 않았다. 아마 필름 자체에 녹화된 이미지가 아니라 그런 듯 싶었다.
처음으로 둘이서 싸운 뒤 쉬고 있는 두 사람. 잭은 싸움의 맛을 알 게 된다.
최고의 명장면 중에 하나. 브래드 피트의 '생'근육질의 몸매를 볼 수 있다.
타일러 더든이 권총을 들고 작은 슈퍼 주인 레이먼을 위협하는 장면이 있다.
하고 싶은게 뭐였냐고 타일러가 물으니 레이먼이 수의사라고 대답하자 당장 공부를 시작하라고 한다. 아니면 죽이겠다고.
레이먼 입장에선 하고 싶어도 현실이 붙잡아 자신의 꿈은 그저 꿈으로만 가지고 있는 불가능한 것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타일러 더든으로 인해 공부를 시작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다. 그 동안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가로 막고 못하던 것을 타일러 때문에 벗어던진 것이다. 어찌보면 자극적이고 갑작스러운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자기 꿈을 위해 평소에 하지 않았던 공부를 하는 것도 어찌 보면 일탈의 범주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타일러 더든은 클럽을 넘어 자신만의 군대를 만들기 시작한다.
면접시험(?)을 보러 나오는 타일러 더든
잭이 질투의 화신이 되기 시작하는 문제의 장면
잭이 타일러 더든의 흔적을 찾아가다 실체를 알게 되고 당황하던 순간에 나타난 타일러 더든
끝날 때가 되어 갈쯤 이야기는 다시 첫 장면으로 돌아 온다.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타일러 더든이 영화속 실제 인물이 아님을 알게 되자 아쉬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반전은 없는게 나을 뻔 했다!"
라며 타일러 더든으로 인해 영화 스토리를 비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비슷한 예로 파리의 연인의 결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나도 여지껏 많은 영화를 봐 왔지만 타일러 더든 만큼 매력을 느낀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앞선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이 모든게 브래드 피트라는 인물을 바탕으로 '타일러 더든' 이 씌어져 완성된 캐릭터라고 본다. 브래드 피트가 아닌 다른 배우가 타일러 역을 맡았더라도 지금의 느낌이 나왔을까? 난 확실히 아니라고 본다. 멀리 볼 필요도 없이 영화 종반부에 들어서면서 타일러 더든이 브래드 피트가 아니고 에디워드 노튼이라는 걸 알고 나서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에드워드 노튼에겐 미안하지만 브래드 피트만한 카리스마는 찾아보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브래드 피트의 팬이긴 하지만 에드워드 노튼을 싫어하는건 아니다. 브래드 피트 였기에 타일러 더든을 담아 낼 수 있었으리라. 어쨌든 에드워드 노튼도 그렇고 캐스팅에 있어선 흠 잡을 것이 없다.
주의의 모든 고층 빌딩들이 하나 둘 도미노 쓰러지 듯 무너진다.
레이먼을 보내고 잭이 왜 그랬냐며 화를 내자 타일러가 조용히 얘기 한다.
"내일은 그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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